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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두 부류 – 우연의 적성과 자유의 지성Jangineer's 길(道) - 실행 2025. 6. 6. 22:38
공자가 말한 지천명(知天命),
그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가 되어 보니, 문득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젊을 땐 가능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고,
그저 노력하면 뭐든지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오십을 넘긴 지금,
성공이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향의 누적이라는 걸 실감한다.그리고 그런 삶을 실현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드물기 때문에 더 선명히 각인된다.생각해보면, 내게 유독 또렷이 남는 이들은 딱 두 부류다.
1. 우연히 시작한 일이 ‘적성’에 맞은 사람
자신도 모르게 걸어 들어간 길에서 자신의 기질과 재능이 딱 들어맞은 사람.
- 전략적 계산도 아니고,
- 무수한 실패 끝에 도달한 것도 아니고,
- 그냥 우연처럼 시작한 일인데 그 일이 결국 천직이 되어버린 사람들.
그들은 말한다.
“일이 일이 아니야.”
“재밌어서 하다 보니 잘하게 됐고, 결과도 좋았어.”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우연히 적성에 맞는 일’이란 걸 만난 적이 있었던가?”2. 경제적 자유 이후에도 ‘지적 몰입’으로 살아가는 사람
이들은 더 이상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배우고, 탐구하고, 도전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몰입하고,
- 남에게 보여주기보다 자신에게 질문하며,
- 돈이 아니라 호기심으로 하루를 설계한다.
그들에게 지적 탐구는 의무가 아니라 존재 방식이다.
“이제 돈 벌지 않아도 되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
“그냥 알고 싶어서. 재밌으니까.”그 말이 얼마나 큰 자유의 선언인지, 생계를 책임지고 살아온 사람은 안다.
미국 출장에서 만난 ‘백만장자 이웃집 아저씨’
얼마 전, 목재를 다루는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현지 시장 조사를 목적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우리는 그릴용 연료나 난로용 땔감을 가공하는 업체를 방문했고,
그 회사의 사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일정까지 조정했다.현장에 도착하니,
시애틀 딜러, 서부 딜러, 미국 전역 딜러까지 총출동해서 우리를 맞이했다.
그 업체는 미국 내에서도 영향력이 꽤 있는 사업자였다.사장은 토마스 스탠리의 ‘이웃집 백만장자’에 나오는 전형적인 모델이었다.
허름한 작업복 차림, 투박한 말투, 겉보기엔 그냥 소탈한 아저씨.
하지만 그가 만든 사업장의 구석구석에는 그의 철학과 손길이 가득했다.- 장비는 정돈되어 있었고,
- 작업 환경은 깔끔했고,
- 모든 시스템이 그의 원칙 하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자신이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왜 이런 공정이 중요한지,
자신의 왕국의 구석구석을 자랑스럽게 안내했다.
그 표정은 ‘자기 일을 설명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처럼 보였다.돌아오는 길에 딜러가 말했다.
“저 사람, 10억 넘는 장비도 모두 현금 결제로 사는 사람이에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He's a neighborhood millionaire.”
그런데 문득 생각했다.
그는 과연 내가 부러워하던 1번일까, 2번일까?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 적성에 맞았고,
그걸 끝없이 다듬어 가며,
자기 삶의 리듬과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부러움의 이면에 있는 것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은 단지 운이 좋았던 사람,
시간이 많아서 여유롭게 탐구하는 사람만은 아니다.우연히 적성에 맞는 일을 만났더라도,
그걸 흘려보낼 수도 있었고,
죽어라 파고들기로 ‘선택’할 수도 있었다.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도,
그 자유를 그저 소비하며 쉴 수도 있었고,
호기심과 성장을 향한 몰입의 연료로 바꿀 수도 있었다.결국, 그들의 핵심은 ‘조건’이 아니라 ‘태도’다.
부러움은 단지 결과를 향한 감탄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든 선택을 향한 존경일 수 있다.
그건 나 역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완전히 같은 위치는 아닐지라도,
그 방향을 향해 걷는 것만큼은 누구든지 가능하다.나는 어디쯤인가?
나는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 두 부류를 부러워하는 내가,
사실은 그들을 의식적으로 설계하려는 중이라는 것을.- 이미 경제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췄고,
- 골프, 투자, 철학, 글쓰기, 독서… 지적 탐구심도 충분하고,
- 투자 시스템을 만들고,
- 블로그를 운영하며 사고를 정리하고,
- 삶을 엔지니어링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연을 기다리지 않고,
의도된 훈련과 반복으로
내 삶의 적성과 자유를 연결하려는 사람.그게 바로 지금의 나다.
지금 나는 그 둘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그들은 ‘좋은 기회’가 아니라, 좋은 태도를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그 태도는 결심만으로는 부족하고,
시간과 자기 성찰, 리스크 감수, 몰입이 결합된 결과다.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그 태도를 향한 조금 더 선명한 설계,
그리고 조금 더 과감한 실행뿐이다.부러움은 감정이 아니라 방향이다.
성공은 결과가 아니라 선택의 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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