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 '듄 파트2'를 다 보고 나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거창하게 만들었지?”
거대한 사막, 예언받은 주인공, 거대한 제국, 반란과 혁명, 그리고 종교까지.
솔직히 말하면, 스토리는 꽤 뻔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하나.
이 뻔한 이야기들의 원조가 바로 '듄'이고, 그 원작은 1965년에 쓰였다.
60년 전, 이미 'SF 대서사'를 끝낸 한 사람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가 '듄'을 세상에 내놓은 건
미국이 베트남전에 본격 개입하고, 인간이 아직 달에도 못 갔던 1965년이다.
그는 사막 행성을 설정하고,
그곳에 권력, 자원, 종교, 예언, 민중혁명, 생태 위기를 한꺼번에 집어넣었다.
지금 봐도 방대한 이 구조를 그때 이미 만들어냈다.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모든 SF 설정들,
스타워즈의 타투인, 매트릭스의 선택된 자, 스타크래프트의 자원전쟁,
이 모든 것의 원형이 바로 '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문제는 거기에 있다.
'듄'은 원조이지만, 재밌지는 않다.
드라마가 약하고, 감정선이 얕고, 황제는 뜬금없이 물러나고, 폴은 그냥 신이 되어버린다.
보고 나면 거대한 철학은 남는데, 감동은 없다.
그렇다고 이걸 “실패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영화는 뭘 느끼게 하진 않지만, 생각은 하게 만든다.
그 ‘뻔한 것’들이 모두 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고,
우리가 그 후계작들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SF 팬이라면 한 번쯤 돌아봐야 할 ‘진부한 원조’
'듄'을 처음 본 사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야?”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래. 지금 보면 뻔해.
근데 그 뻔한 것들이 다 여기서 시작됐다는 게, 진짜 미친 거야.”
'듄'은 가슴을 울리진 않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본 SF 세계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든다.
그런데...
'듄'에서 SF적 요소를 걷어내면,
그 안에는 “인류가 지금 직면한 문제들을 꿰뚫는 통찰”이 고스란히 남는다.
SF 껍질을 벗기면 드러나는 진짜 이야기들
1) 자원 패권과 제국주의
- 스파이스 = 석유 = 생존과 문명의 필수 자원
- 아라키스를 차지하기 위한 제국과 귀족들의 경쟁은
지금의 중동 오일전쟁, 세계 자본의 이동, 식민지 지배 구조를 반영함.
2) 환경 파괴와 생태 위기
- 프레멘은 물 한 방울을 아껴 쓰고, 환경 순환 시스템을 삶의 기반으로 삼음.
- 아라키스의 물 부족과 샌드웜 생태계는 지구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파괴의 은유.
3) 종교와 선전의 조작
- 베네 게세리트는 특정 민족에게 ‘메시아 신화’를 사전에 심어두고, 이를 나중에 전략적으로 이용함.
- 종교가 정치적 도구가 되는 방식, 혹은 신화가 권력을 정당화하는 방식에 대한 고발.
4) 예언과 인간의 자유의지
- 주인공 폴은 ‘예언된 자’이지만, 스스로도 그 예언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자각함.
- 인간은 과연 자유로운가, 아니면 조종당하고 있는가?
5) 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반작용
- '듄' 세계는 과거 AI 전쟁(부틸레리안 지하드) 이후,
기계 지능을 금지하고 인간 정신 수련(멘타트, 베네 게세리트 등)에 집중함. - 이는 현대 인류가 AI, 기술 의존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됨.
결국 '듄'은 이렇게 말한다:
“문명이 발전해도,
인간은 여전히 자원, 종교, 권력, 환경, 예언이라는 문제에 휘둘린다.”
그리고
“인류가 진짜 해결해야 할 건 기술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다.”
SF적 설정은 오히려 배경일 뿐
'듄'이 진짜 말하고자 한 건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이 작품은 소설보다 ‘거대한 우화’에 가깝다.
“우주 이야기로 포장했지만,
그 속엔 인간이 저지르고 되풀이하는
현실의 전쟁, 환경 파괴, 권력의 탐욕, 믿음의 왜곡이 그대로 들어 있다.”
근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랑 전혀 다른 듯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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