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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니어(Jangineer) - 삶을 설계하는 엔지니어
드디어 '장자' 내편 일곱 장의 마지막인 '응제왕(應帝王)'이다.지금까지 읽은 여섯 장이 인간의 자유, 분별, 생명, 인간관계, 덕, 삶과 죽음을 다루었다면, 마지막 장에서는 이러한 깨달음을 지닌 사람이 세상에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가를 묻는다.응제왕은 흔히 제왕의 자리에 응하는 법, 또는 참된 통치의 원리로 풀이된다. 하지만 단순한 정치철학에 그치지 않는다.세상을 내 뜻대로 바꾸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세상과 더 적절하게 관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이번 장을 읽는 핵심 질문이다.'응제왕'은 일곱 개의 주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1. 설결과 왕예 —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사람에게설결(齧缺)이 왕예(王倪)에게 정치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왕예는 말한다. 明王之治,功蓋天下而似不自己,化貸萬物..
'대종사'는 장자 내편 일곱 장 가운데 철학적으로 가장 깊은 장 중 하나다.앞서 읽은 '덕충부'가 외적인 조건이 변해도 인간의 내면은 온전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대종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삶과 죽음, 성공과 실패, 얻음과 잃음까지 모두 변화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가? 장자의 대답은 역설적이다.아무것도 영원히 붙잡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이번에도 장 전체를 한 번에 읽되, 원문의 순서를 따라가겠다. 긴 원문 전체를 빠짐없이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각 일화의 전개를 모두 짚고 핵심 구절을 원문·한글 독음·해석으로 살펴보자. 1. 진인(眞人) — 참된 인간이란 누구인가?'대종사'는 앎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知天之所為,知人之所為者,至矣。지천지소위, 지..
우리는 행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좋은 일이 생기고 원하는 것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열정과 끈기도 비슷하다.어떤 사람은 타고난 열정이 있고, 어떤 사람은 의지가 강하며, 어떤 사람은 원래 끈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성격이나 기질처럼 주어진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그런데 행복해지는 능력을 배울 수 있다면, 열정과 끈기 역시 배울 수 있지 않을까?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을 읽으면서 떠오른 질문이다. 행복은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달라이 라마와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가 함께 쓴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The Art of Happiness)'은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꾸게 한다.행복은 단순히 좋은 ..
우리는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을 보면 흔히 타고난 재능을 이야기한다. 타고난 머리가 좋다거나, 운동신경이 뛰어나다거나, 남다른 감각을 가졌다고 평가한다.그런데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 곧잘 등장하는 반론이 있다."노력도 재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집중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쉽고, 어떤 사람은 작은 어려움에도 금세 흥미를 잃는다. 끈기와 자기통제력에도 개인차가 존재한다.하지만 이 말에는 묘한 함정이 있다.노력도 재능이라면, 노력하지 못하는 것도 타고난 한계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결국 재능이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GRIT)'은 바로 이러한 생각을 다시 살펴보게 하는 책이다.책의 부제는 'IQ, 재능, 환경을 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렇게 살지 못할 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건강하게 살려면 운동해야 하고, 지혜롭게 살려면 배우고 생각해야 하며,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돈을 이해하고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타인을 존중해야 하고, 자신의 삶을 살려면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가치관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우리는 수없이 결심하고, 계획하고, 다짐한다. 때로는 강렬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곤 한다.왜 그럴까?최근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을 읽으면서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탁월한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은 단순히 재능이 뛰어나거나 강렬한 동기부여를 경험한 사람들이 아니..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 고대 인도 힌두교 경전 중 하나이다.솔직히 모든 내용을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트만, 브라만, 윤회, 해탈, 신에 대한 헌신 등 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특히 불교의 무아(無我)와 공(空)에 익숙한 내게 영원불변의 자아인 아트만과 궁극적 실재인 브라만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억지로 납득하거나 종교적 세계관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책을 읽는 목적이 저자의 모든 주장을 이해하고 동의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고, 그것을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바가바드 기타'에서 나는 카르마 요가(Karma Yoga) 하나만 남기기로 했다. 삶과 죽..
앞서 읽은 네 편의 흐름을 떠올려 보자.소요유(逍遙遊) — 세상이 정한 크고 작음의 기준을 벗어난다.제물론(齊物論) — 내가 붙잡고 있는 옳고 그름의 구분을 돌아본다.양생주(養生主) — 세상의 결을 따라 생명을 보존한다.인간세(人間世) —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다.그리고 다섯 번째인 덕충부(德充符)는 묻는다.몸에 결함이 있으면 그 사람도 불완전한가? 반대로 몸과 능력이 멀쩡하다고 해서 온전한 인간인가? 여기서 덕(德)은 단순히 착한 성품이나 도덕적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장자가 말하는 덕은 도(道)에 부합하는 내면의 충실함,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존재의 온전함에 가깝다.덕충부는 그런 덕이 충만할 때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여러 인물의 이야기로 보여준다.특히 흥미로운 것은 등장인..
최인철의 '프레임'을 읽다가 유독 눈에 들어온 대목이 있었다.상위 수준의 프레임은 Why를 묻고, 하위 수준의 프레임은 How를 묻는다.간단한 구분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목표를 세우고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꽤 잘 설명한다.어떤 일을 할 때 우리는 대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어떻게 하면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을까?어떻게 하면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을까?어떻게 하면 골프공을 더 정확하게 칠 수 있을까?모두 필요한 질문이다.그러나 How만 계속 묻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중요한 질문을 놓칠 수 있다.“그런데 나는 이걸 왜 하고 있지?” 높은 곳에서는 Why를 묻는다'프레임'에서는 행동을 높은 수준에서 바라볼수록 그 행동의 의미와 목적에 주목하고, 낮은 수준에서 바..
최인철의 '프레임'을 읽으면서 자꾸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 떠올랐다.책은 두껍지 않고 어렵지도 않다. 소개하는 사례들도 대부분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면 전망이론, 프레이밍 효과, 손실회피, 소유효과, 준거점처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평생 연구했던 인간 판단의 문제가 계속 등장한다.그래서 내게 '프레임'은 '생각에 관한 생각'의 핵심을 실생활에 필요한 만큼 압축해 읽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현실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프레임'의 핵심은 간단하다.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프레임을 통해 본다.같은 1억 원을 가지고 있어도 5천만 원에서 1억 원이 된 사람과 2억 원에서 1억 원이 된 사람의 감정은 전혀..
골프 스윙을 계속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매번 느끼는 것이 다르다. 어느 날은 손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어느 날은 오른쪽 어깨가 보인다. 또 어느 날은 체중이 이동하는 순간이 느껴지고, 클럽 헤드가 가속되는 시점이 새롭게 느껴진다.예전에도 똑같이 스윙했을 텐데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다.아마 이것이 경험치가 쌓인다는 것일 것이다. 습(習), 새가 날갯짓을 익히듯'논어'의 첫 문장은 너무 유명하다.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여기서 눈에 들어오는 글자가 習(습)이다.'설문해자'는 習을 數飛也, 즉 반복해서 난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전통적으로 새가 날갯짓을 거듭하며 나는 법을 익히는 모습과 연결해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