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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니어(Jangineer) - 삶을 설계하는 엔지니어
골프 스윙을 계속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매번 느끼는 것이 다르다. 어느 날은 손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어느 날은 오른쪽 어깨가 보인다. 또 어느 날은 체중이 이동하는 순간이 느껴지고, 클럽 헤드가 가속되는 시점이 새롭게 느껴진다.예전에도 똑같이 스윙했을 텐데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다.아마 이것이 경험치가 쌓인다는 것일 것이다. 습(習), 새가 날갯짓을 익히듯'논어'의 첫 문장은 너무 유명하다.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여기서 눈에 들어오는 글자가 習(습)이다.'설문해자'는 習을 數飛也, 즉 반복해서 난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전통적으로 새가 날갯짓을 거듭하며 나는 법을 익히는 모습과 연결해 설명한다...
앨버트 엘리스를 처음 만난 책은 '위대한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의 인생수업'이었다.그 책을 통해 엘리스가 창시한 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를 알게 되었다.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주 단순한 명제였다.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우리가 가진 신념이다. 처음에는 심리치료의 한 기법으로 접했지만, 읽을수록 이것은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처럼 느껴졌다.그래서 엘리스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었다. '마음을 변화시키는 긍정의 심리학'과 '비로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세 권을 읽고 나서 보니 서로 다른 책이라기보다 하나의 생각을 여러 방향에서 설명하고 있었다. 번역 제목보다 원제가 더 많은 ..
삶을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끝까지 살아가는 법양생주는 제목부터 흥미롭다.養生主養生은 ‘생명을 기른다’, ‘삶을 보양한다’는 뜻이고, 主는 그 핵심·요체 정도로 볼 수 있다.그런데 장자가 말하는 양생은 오늘날 말하는 건강관리나 장수법과는 상당히 다르다.유한한 생명을 불필요한 것에 소모하지 않는 것.그리고 이 원리는 장자의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포정해우(庖丁解牛)를 통해 구체화된다. 1. 생명은 유한한데 우리가 좇는 것은 끝이 없다〈양생주〉는 매우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한다.吾生也有涯,而知也無涯。以有涯隨無涯,殆已!已而為知者,殆而已矣!오생야유애, 이지야무애.이유애수무애, 태의!이이위지자, 태이이의!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지만 앎에는 끝이 없다.끝이 있는 삶으로 끝없는 앎을 좇는다면 위태롭다.그런데도 계..
인간 세상에서 나를 소모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 1. 안회가 폭군을 고치러 가겠다고 하다첫 장면부터 현실적이다.안회가 공자에게 위나라로 가겠다고 한다. 顏回見仲尼,請行。曰:「奚之?」曰:「將之衛。」안회견중니, 청행.왈: 해지?왈: 장지위.안회가 공자를 만나 떠나기를 청했다.공자가 “어디로 가려느냐?” 하니“위나라로 가려 합니다.” 위나라 군주는 젊고 독선적이며 백성을 함부로 죽인다고 한다. 안회는 자신이 배운 도로 그를 바로잡겠다고 한다.그러자 공자의 대답이 의외다. 譆!若殆往而刑耳!희! 약태왕이형이!“아아, 너는 가면 형벌이나 받을 것이다!” 선한 의도라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그리고 인간세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 나온다. 古之至人,先存諸己,而後存諸人。所存於己者未定,何暇至於暴人之所行..
몇 달 동안 골프 스윙을 연습하면서 한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드라이버와 우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잘 맞는데 아이언은 그렇지 않았다.드라이버는 이제 큰 실수 없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낼 수 있고, 우드 역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언만 잡으면 임팩트가 일정하지 않았다. 뒤땅이 나기도 하고 얇게 맞기도 했다. 잘 맞은 것 같아도 내가 원하는 묵직한 아이언 타격감과는 조금 달랐다.몇 달 동안 이것저것 해봤다.백스윙을 3/4로 줄여보기도 했고, 왼팔을 하나의 큰 진자로 생각하며 내려보기도 했다. 왼손을 공 쪽으로 떨어뜨려 보기도 하고, 왼발을 확실히 밟아보기도 했다. 다운스윙에서 힌지를 유지하려고도 했고 L-to-L 스윙도 반복했다.각각 효과는 있었다.하지만 뭔가 하나로 정리되지는..
인간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불교에서는 이를 생로병사(生老病死),인간이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근본적인 고통인 사고(四苦)라고 한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운 질서를 살짝 뒤틀어 놓으면 어떻게 될까?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원제는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즉 ‘벤자민 버튼의 기묘한 사례’다.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생애를 거꾸로 바라보게 한다.노화의 방향 하나만 바꾸었을 뿐인데 평범해서 보이지 않던 삶의 본질이 드러난다.'아델라인: 멈춰진 시간' 역시 비슷한 사고실험이다.이번에는 노화의 방향을 바꾸는 대신 아예 멈추어 버린다.하나는 거꾸로 늙고, 다른 하나는 늙지 않는다.두 가지 기묘한 사례는 역설적으로 자..
영화 '패왕별희'를 처음 본 것은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장국영의 강렬한 연기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기억나지만,영화가 왜 하필 ‘패왕별희’라는 경극을 중심에 놓았는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최근 초한쟁패의 역사를 읽다가 문득 이 영화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패왕 항우는 왜 실패했을까‘패왕’은 서초패왕 항우다.진나라 말, 항우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진의 주력군을 격파했다.‘역발산기개세(力拔山兮氣蓋世)’,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는다는 말이 어울리는 인물이다.그러나 항우는 진을 무너뜨린 뒤 새로운 천하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천하를 제패하는 것과 천하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전쟁에서 정치로, 파괴에서 건설로, 개인의 무력에서 사람과 제도를 운영하는 능력으로 넘어가야 했다.항우는 자신을..
독서를 통해 얻는 가장 큰 능력 중 하나가 은유와 연결의 능력이라고 말한다.처음에는 은유라고 하니 문학적인 표현을 잘하는 능력을 말하는 줄 알았다.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은유는 조금 다르다.서로 전혀 다른 것들 사이에서 같은 구조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많이 읽으면 세상이 연결되기 시작한다책을 읽다 보면 묘한 경험을 한다.지금 읽고 있는 책 때문에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갑자기 이해될 때가 있다.“아, 그때 그 책의 내용이 이 뜻이었구나.”새로운 지식을 하나 얻은 것이 아니라 기존에 알고 있던 두 지식 사이에 연결이 생긴 것이다.장자의 무위(無爲)를 읽는다.스토아철학의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분’을 읽는다.'바가바드 기타'에서는 행위하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헤밍웨이의 '노인과 ..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이야기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스토아 철학과 고대 인도 경전 '바가바드 기타'를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다르게 보인다.이 소설은 어쩌면 결과와 행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결과만 보면 산티아고는 실패자다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84일 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85일째 홀로 먼바다로 나가 마침내 거대한 청새치를 잡는다.사투 끝에 물고기를 배에 묶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의 공격을 받는다.산티아고는 끝까지 싸운다.그러나 항구에 돌아왔을 때..
법륜스님의 강연을 듣다가 인상적인 문장을 만났다.“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거창한 가르침이 나올 것 같은 질문에 답은 뜻밖에 간단했다. “그냥 산다.” 처음 들으면 허무하다.목표도 의미도 없이 대충 살라는 말인가?곰곰이 생각해보니 오히려 반대였다. 그냥 산다는 것우리는 살아가는 것 자체에 수많은 조건을 붙인다.성공해야 한다.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자식이 잘되어야 한다.행복해야 한다.적어도 의미 있는 인생은 살아야 한다.그런데 여기서 ‘반드시’를 하나씩 빼면 삶은 훨씬 단순해진다.배가 고프면 먹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한다.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도전한다.실패하면 이유를 살펴보고 다시 해본다.그냥 산다.이 말을 생각하다가 문득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가 떠올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