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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니어(Jangineer) - 삶을 설계하는 엔지니어
최근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영상을 몇 편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왜 ‘즉문즉답(卽問卽答)’이 아니라 ‘즉문즉설(卽問卽說)’이라고 했을까?몇 편을 계속 보다 보니 이유가 보였다.즉문즉설은 질문에 정답을 주는 자리라기보다 질문자가 자신의 문제를 보는 관점을 바꾸게 만드는 대화에 가까웠다.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보는 법을 바꾼다사람들의 질문은 대개 남에게서 시작한다.“남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자식이 공부를 안 합니다.”“직장 상사가 힘들게 합니다.”즉,“저 사람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그런데 법륜스님의 질문은 자꾸 방향을 바꾼다.“남편이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합니까?”“자식이 반드시 부모 뜻대로 살아야 합니까?”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질문이 이렇게 바뀐다.“저 사람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나..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처음 접하면 흔히 이렇게 이해하기 쉽다.“욕심을 버리고 검소하게 살아라.”틀린 해석은 아니다.하지만 카너먼과 탈러의 행동경제학,이스털린의 행복경제학을 알고 다시 읽어보면 '무소유'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인간에게는 묘한 특성이 있다.가지기 전에는 가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가지고 나면 내 것이어서 놓지 못한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지고 다시 새로운 것을 원한다.법정 스님은 이 순환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무소유라는 말로 표현했다. 난초를 소유했는데, 난초가 나를 소유하기 시작했다'무소유'를 대표하는 것이 난초 이야기다.법정 스님은 난초를 얻어 정성스럽게 키운다.물을 주고 햇볕을 살피고 상태를 확인한다.처음에는 난초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외출하면서도 난초..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읽다가 아주 단순한 문장이 오래 남았다.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린다.그런데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다시 떠올려보니, 이 문장이 전망이론과 묘하게 연결된다.달라이 라마가 인간의 본성을 철학적으로 바라보았다면,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인간이 실제 선택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둘은 전혀 다른 길에서 출발했지만, 인간의 행복과 고통이라는 지점에서 만난다. 이익 앞에서는 안전하게, 손실 앞에서는 모험적으로전망이론에서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이익과 손실 앞에서 서로 다른 위험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해보자.A. 확실하게 100만 원을 받는다.B...
요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몇 편 보고 있다.'반야심경'을 여러번 읽고 나서 들어서인지,평범한 인생 상담처럼 들리는 이야기 뒤에 깔린 불교적 사고방식이 전보다 훨씬 잘 보인다.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이 ‘거래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법륜스님은 인간관계에서 거래 자체를 나쁘다고 하지 않는다.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필요와 이익을 고려하며 관계를 맺는다.친구를 사귈 때도,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어느 정도 조건을 본다.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거래라면 거래인 줄 알고 하면 별문제가 없다.조건이 맞으면 관계를 계속하고, 맞지 않으면 조건을 조정하거나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다.문제는 거래를 하면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데서 생긴다.법륜스님은 강연에서 거래, 우정, 사랑을 ..
책의 원제는 'The Art of Happiness: A Handbook for Living'이다.한국어 제목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지만,책을 다 읽고 나니 원제인 The Art of Happiness가 이 책의 내용을 더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여기서 Art는 예술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배우고 연습해서 익히는 기술 또는 기예(技藝)에 가깝다.행복은 좋은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상태가 아니다.행복도 배우고 연습해야 하는 기술이다.그리고 이 책을 아주 거칠게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나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자비를 실천하는 기술을 익혀 행복해져라. 불교 책인데 스토아 철학과 앨버트 엘리스가 떠올랐다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이상하리만큼 스토아 철학..
최근 여권 내부의 갈등을 보면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Skin in the Game'이 자꾸 떠오른다.유시민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오만한 권력자”라고 평가하고,김민석 대표가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출마했다며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픽’하는 것은 “왕정·귀족정으로 가는 것”이라고까지 비판했다.정청래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내 강경파와 조국혁신당의 관계,김어준을 비롯한 정치 미디어의 영향력까지 바라보고 있으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탈레브가 한국 정치를 알고 있었다면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봤을까?물론 탈레브가 이들에 대해 실제로 평가한 것은 아니다.이 글은 탈레브의 'Skin in the Game'에 나오는 비대칭, IYI(Intellectual Yet Idiot), 완고한 소수의 지배, 복잡계 등에 대한 ..
지난 글에서는 주말 KLPGA 메이저대회를 보면서 뜻밖에 얻은 감동과 교훈을 정리했다.2006년생 동갑내기 서교림과 김민솔이 나흘 내내 같은 조에서 경기했고, 결국 연장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다.비가 내린 3라운드에서 거의 완벽했던 서교림은 최종 라운드 초반 크게 흔들렸다.한때 두 타 차 선두였던 김민솔은 16번 홀 하나에서 서교림과 동타가 됐다.1, 2라운드에서 선두권과 거리가 있었던 20승의 박민지는 어느새 공동선두까지 올라왔다.그리고 연장전.김민솔은 완벽한 드라이버샷으로 페어웨이를 지켰고, 서교림은 러프에 빠졌다.누가 봐도 김민솔에게 유리해 보였다.그러나 김민솔의 두 번째 샷은 크게 왼쪽으로 감겼고,서교림은 레이업한 뒤 약 70m의 세 번째 샷을 핀 가까이 붙여 버디로 우승했다.경기를 다시 생각하..
지난 1년 반 정도 골프 스윙을 꽤 집중적으로 연습했다.연습장에서 수없이 공을 쳤고, 스윙의 원리를 이해하려고 이것저것 실험했다.백스윙과 다운스윙, 체중 이동, 손과 몸의 역할, 임팩트와 릴리스까지 하나씩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했다.거기에 두 차례의 베트남 전지훈련(?)까지 마쳤다.물론 프로 선수처럼 거창한 전지훈련은 아니다.가족여행을 겸해 베트남에서 여러 차례 라운드를 하면서연습장에서 만들어온 스윙이 실제 필드에서도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이제는 잠시 연습의 강도를 낮춰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계속 공을 때리기보다는 집에서 간단한 연습도구로 스윙 자세와 움직임을 확인하는 정도만 하면서,지난 1년 반 동안 몸으로 익힌 것을 머릿속에서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그리고 하나를 더하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거래대금 상위 종목을 살펴보다가 해운 관련 종목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처음에는 중동 사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 기존 항로가 불안해지고 운임이 상승한다.해운주가 움직일 만한 충분한 이유다.그런데 뉴스를 따라가다 보니 다른 이야기가 하나 보였다.2026년 8월 22일, 부산에서 북극항로 시험운항을 위한 배가 출발한다.팬스타라인닷컴의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다. 북극항로를 준비하는 정부최근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들을 시간순으로 연결해 보면 제법 큰 그림이 보인다.먼저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했다.2025년 12월 이전을 마치고 부산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여기에 북극항로추진본부가 출범했고,2026년에는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도 제..
최근 스즈키 순류의 '선심초심'을 출근전 아침마다 한 장씩 읽고 있다.한꺼번에 읽어 내용을 정리하기보다, 한 장의 메시지를 그날의 화두처럼 품고 생활해 본다.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바른 수행바른 태도바른 이해처음에는 일반적인 설명 순서처럼 보였다.그런데 읽다 보니 이 배열 자체가 '선심초심'의 중요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는 보통 무엇이든 반대 순서로 접근한다.먼저 충분히 이해하고,올바른 태도를 정한 다음,마지막으로 행동하려 한다.하지만 '선심초심'은 먼저 바르게 수행하라고 한다.불교 철학을 완전히 이해한 뒤 참선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는다.그렇게 앉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바른 태도가 형성되고, 그 경험을 통해 비로소 가르침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바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