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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삶은 기계를 만들었고, 두 번째 삶은 나를 만듭니다. 건설기계 연구개발 엔지니어 1st Jangineer에서, 이제는 나와 가족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2nd Jangineer. 고전 한 줄의 통찰, 독서와 성찰, 골프 스윙의 감각, 주식 차트 속 흐름, 글쓰기... 다양한 도구를 통해 삶을 조립하고 해체하고 다시 그립니다. 이곳은 매일의 감각이 쌓이는 곳. 고민에서 자유로, 삶을 다시 짓는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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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계와 철학이 만나는 곳
    Jangineer's PMP - 삶의 프로젝트 2025. 4. 23. 12:46

    내가 독일 유압회사에서 본, 선진 기술 문명의 진짜 얼굴

     

    시작은 단순한 ‘카탈로그’였다

    처음 독일 유압회사에 입사했을 때,
    내 손에 가장 먼저 쥐어진 건 두꺼운 기술 카탈로그 한 권이었다.

    처음엔 ‘이게 뭐라고 이렇게 두껍지?’ 싶었는데,
    페이지를 넘기자 나는 기계 설계서와 철학서가 동시에 담긴 세계에 들어가게 됐다.

     

    이건 단순한 제품 목록이 아니었다

    그들의 카탈로그는 단순히 "이런 제품이 있습니다"가 아니었다.

    • 제품 사양은 코드화되어 있었고,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만 봐도
      유량, 압력, 피팅 방식, 밸브 구조가 한눈에 들어왔다.
    • 각 코드별 응용 조건, 선택 가이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 원리와 내부 구조, 작동 방식, 유지보수 방법까지
      모두 하나의 문서 안에 담겨 있었다.
    • 참고할 상위 개념 표준번호까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그때 느꼈다.

    “아, 이건 제품을 소개하는 문서가 아니라,
    이 회사를 이해하고, 기술을 학습하고, 고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이구나.”

     

    고객 중심 설계? 그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객이 문의하면 기술자가 설명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놓았다.

    • 고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주문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시각화하고, 분류하고, 체계화해 두었다.
    • 고객은 카탈로그만 보면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다”는 자율성과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기술은 철학이었다

    이 회사의 기술은
    그냥 부품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실수까지 설계에 포함시키는 철학이었다.

    • 부품 하나의 규격, 나사의 깊이, 오링의 위치조차
      사용자 경험과 안전을 고려한 설계였고
    • 그 전체 구조는 시스템 사고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기계 하나로 신뢰를 전달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부러웠다, 그들의 ‘지식 쌓는 방식’이

    나는 그때 깨달았다.
    우리는 경험을 축적하지만, 구조화하진 않는다.
    그들은 경험을 체계화하고, 시스템으로 전수한다.

    • 그들의 기술은 사람을 의존하지 않는다.
      → 지식은 문서화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한다.
    • 그들의 교육은 문서와 함께 성장한다.
      → 사수가 아니라, 체계가 후배를 키운다.
    • 그들의 카탈로그는 기계 철학의 교과서다.
      → 도면, 원리, 응용, 유지보수, 철학이 하나로 묶여 있다.

     

    나는 이 경험을 삶 전체에 녹이기 시작했다

    PMBOK, 시스템 사고, 투자 전략…
    모든 걸 접할 때마다 나는 그때의 카탈로그를 떠올린다.

    그 한 권의 문서가 보여줬던
    기술의 구조화, 사람 중심 설계, 철학 있는 엔지니어링.

    나는 이제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그런 체계와 철학을 하나씩 덧붙이려 한다.

     

    “기계와 철학은 따로 있지 않다.
    진짜 기술은 사람의 삶과 맞닿아 있고,
    그걸 체계로 쌓는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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