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돌아다니며
서로에게 무엇이 되었는지 묻고
서로를 위해 무엇이 되었는지를 자랑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너는 존재하는가?
존재하고 있는 그 자체로 충만한가?
네가 하는 일이 아니라
네가 존재하는 그 자체로
하늘과 바람과 나무에
어떤 울림을 주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
이 시는 릴케 특유의 고요하고도 묵직한 시선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느냐’를 묻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존재의 울림’을 돌아보게 해주는 좋은 시 인 것 같다.
“명함을 내려놓고, 존재 그 자체로 나를 소개하라.”
대부분 우리는
- 직업
- 역할
- 성취
로 자신을 설명하곤 하는데,
이 시는 그 모든 껍질을 벗기고 묻는 것 같다.
“그 모든 걸 떼어내고, 당신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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