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는 늘 살아 있는 자기계발서가 있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을 읽으며 관계란 무엇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런 걸 책에서 배우고 있었네…
그런데 이미 내 옆에서 매일 보여주는 사람이 있었잖아.”
나는 자기계발서를 참 많이 읽었다.
관계, 시간관리, 감정조절, 성장, 부모됨…
이론과 전략, 원칙과 프레임.
나는 ‘머리형 인간’답게 그런 걸 구조화해서 이해하고,
실천해보며 스스로를 점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내 아내는 그런 책 없이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챙기고,
말보다 태도로 말하고,
가르치지 않으면서도 배우게 만든다.
윤태익 교수가 '나답게'에서 말한 ‘가슴형 인간’처럼,
그녀는 감정의 결을 먼저 읽고,
공기를 느끼고,
무심한 듯 섬세하게 사람을 대한다.
그리고 내가 요즘 들어 특히 감탄하는 부분은
그녀가 1만 시간의 법칙도 본능처럼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들이 요즘 매일 공부로 달궈지는 걸 보면 안다.
아들의 스케줄, 루틴, 복습 강도, 몰입 시간…
이 모든 걸 하루하루 조율하며 1만 시간으로 밀어붙이는 조용한 실천가.
아들은 아직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될 거다.
그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훈련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그녀의 부모님.
정말 '이웃집 백만장자'에 나오는 평범한 부자 그 자체다.
크게 벌지도, 과시하지도 않지만
항상 바르고 단단하게 살아오신 분들.
검소하면서도 따뜻하고,
자기 삶에 중심이 있는 분들.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내가
지금 우리 가족을 이렇게 조용히, 묵직하게 지탱해주고 있다.
책은 덮을 수 있지만
집사람은 매일 펼쳐진다.
책은 목차가 있지만
그녀는 하루하루 새로운 주제를 살아낸다.
나는 아직도 책에서 배우고 있고,
그녀는 그냥 그 자리에 ‘살고’ 있다.
가르치지 않지만 가르치고,
말하지 않아도 남는 메시지를 남긴다.
“내 인생 최고의 자기계발서는,
책장에 꽂힌 게 아니라
지금도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골프는 내가 살아있는 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