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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 외전] 음양오행으로 풀리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 감독은 정말 동양철학을 몰랐나?

Jangineer 2025. 6. 9. 12:2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오행(五行)으로 해석하면 놀라운 구조가 드러난다.
그루트는 목(木), 로켓은 화(火), 가모라는 토(土), 드랙스는 금(金), 스타로드는 수(水).
다섯 명이 완성하는 조화의 우주.
여기에 대립축으로 등장하는 타노스는 음양(陰陽)의 왜곡된 구현이다.

이쯤 되면 누구나 이런 의문이 든다.

“이걸 감독이 진짜 의도했을까?”

 

제임스 건은 동양철학을 알았을까?

공식적으로 보자면, 그렇지 않다.

  • 감독 제임스 건은 마블 캐릭터에 대한 감정 중심의 서사 설계자이고,
  • 작품 전반에는 도교, 음양, 오행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없다.
  • 그는 '음악', '상실', '가족', '트라우마' 같은 주제를 대중적 감성으로 풀어내는 장인이다.

즉, 동양 철학을 학문적으로 의도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런데 왜 ‘말이 되는가?’

 

1. 좋은 이야기에는 보편적 구조가 깃든다.

동양의 오행이나 음양은 단지 철학 체계가 아니라,
세상을 관찰하고 정리한 고대의 ‘패턴 언어’다.

  • 오행은 에너지의 흐름과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 음양은 세계의 이중성과 순환성을 보여준다.

→ 훌륭한 창작자는 이것을 이론이 아니라 감각으로 체득한다.

 

작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흐른다.
의도가 아니라 완성도가 철학을 부른다.

 

2. 칼 융의 집단 무의식 이론과 연결된다.

심리학자 융(C.G. Jung)은 말했다:

“인류의 깊은 무의식 안에는 보편적 원형(archetype)이 존재한다.”

 

즉, 어떤 문화권에서도 반복되는 ‘영웅’, ‘어머니’, ‘질서’, ‘혼돈’ 같은 상징 구조는
인간의 뇌와 감정이 공통적으로 만들어낸 구조물이라는 것.

오행, 음양도 하나의 원형이다.
→ 제임스 건은 몰랐어도, 그 원형적 질서를 감각적으로 구현한 셈이다.

 

3. 동양철학은 애초에 '드러내기보단 끌어내는 철학'이다.

  • 서양의 철학이 '정의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라면,
  • 동양의 철학은 '관찰하고 조율하는 방식'이다.

즉, 오행과 음양은 딱 들어맞게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살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바로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오행이 된’ 작품이다.

 

타노스는 왜곡된 음양이다

우주를 절반으로 나눠 균형을 이루려 한 타노스는 음양 철학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오해한 자다.

  • 음양은 정지된 50:50의 평형이 아니라,
    끝없이 순환하고 전환되는 흐름이다.

타노스는 그 흐름을 자신의 수치적 정의로 고정하려 했고,
결국 자연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파괴한 자가 되었다.

→ 그는 양처럼 나섰지만 음의 폭력성을 드러낸 자,
→ 혹은 음과 양을 정지된 틀로 착각한 자였다.

 

몰랐지만, 정확했다

  • 제임스 건은 오행도, 음양도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 하지만 그의 감각과 이야기 구조는 그 철학을 복원해냈다.

 

모르고 썼지만, 제대로 썼다면 그것은 무의식이 이끈 진짜 철학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동양철학을 의도하지 않은 작품 중, 가장 동양철학적인 작품 중 하나일 수 있다.

 

당신이 지금 살아가는 삶, 그 안에는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그리고 음과 양의 조화가 흐르고 있는가?

 

영화 속 우주뿐 아니라,
우리의 작은 일상도 결국 그 질서 위에 놓여 있다.